[정신의학신문 :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노랫말 중에서 ‘개에게 물렸을 때, 벌에게 쏘였을 때, 자꾸만 슬퍼질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기분이 조금 나아져요.’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힘들 때 내가 좋아하는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안정감을 얻는 경험은 어린 시절 엄마란 애착대상으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누구에게나 행복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뿌듯한 감정을 느꼈던 일과 성취경험은 의미 있는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슬럼프 상황에서는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에 집중하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참 일이 힘들 때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매운 떡볶이에 소시지와 치즈를 토핑해 먹고, 세계맥주를 마시며 편의점 닭다리를 뜯었다. 밤마다 인턴 동기들과 숙소에서 피자며 치킨을 먹었고 룸메이트와 중국집에서 1인 1요리를 시켰다. 식비는 꽤 부담이었으나 바빠서 다른 데 돈을 쓸 만한 시간이 없어서 괜찮았다.즐기던 운동들은 바빠서 그만두고 식사가 느니 급격히 몸이 불었다. 외모나 몸매 따위를 신경 쓰는 건 사치였다. 문제는 체력이었는데, 나이 탓도 있겠지만 예전에 비해 빠르게 지치고
[정신의학신문 : 유은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옷차림이 얇아지고 메이크업도 가벼워지는 계절이 다가왔다. 다이어트의 시즌도 덩달아 찾아왔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자기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장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자기 외 다른 곳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무민라이프,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가 행복해야 한다는 욜로라이프 등 나에게 집중하는 전반적인 라이프 트렌드가 휩쓸고 있는 가운데 ‘자기 확신’이라는 키워드가 예전보다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들의 보편적인 기준에 얽매였다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은 어미 고양이다. 얼마 전 새끼 고양이 다섯 남매를 낳았다. 솜뭉치들이 야옹거리며 서로 엉켜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는 당신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그런데 다섯 번째 막내 아이가 유독 모자라다. 마당에서 잘 뛰놀다가도 혼자 사라지기 일쑤고, 밥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남매들에게 치여 밥조차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운동능력이 부족해 구덩이에 빠지거나 오른 나무에서 내려오질 못하는 등, 자꾸만 사고를 친다.오늘은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는 막내 녀석, 불안해진 당신
저는 아마도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고 있었던 것 같아요.아무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요.사실은 혼자 짊어지고 있는 것에 한계가 오고 있었나 봐요. 불안함도 우울함도 스트레스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늘 불안 속에 살고 있었어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요. 그러다가 결국 어느 날, 몇 년 동안이나 생각만으로 해오던 일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어요.평범하고 맑고 추운 가을날이었요. 후드티 한 장만 걸친 채로 집을 나와 아무 생각 없이 서울 가는 버스를 탔죠. 버스 창 밖으로 반짝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태어날 때부터 불행할 운명이었어요.”젊은 친구가 눈물을 왈칵 쏟는다.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기도 미안할 정도로, 힘겨웠던 삶의 여정을 앞서 몇 번의 면담을 통해 이야기한 후였다. 듣는 입장에서도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너무나 공감이 가고, 안타까웠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면담실을 방문하여 이야기와 울음을 한참 토해내니 감정은 꽤 진정되었지만, 이야기의 내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삶이 이렇게나 힘들었고, 그래서 저는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진심으로 그
[정신의학신문: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남아있는 자존감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먼저, 자아이미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아이미지는 자기자신을 떠올리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으로 일단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빈 종이에 반을 접어서 왼쪽에 자신의 장점을 적어보시고, 오른쪽에 자신의 단점을 적어보세요. 무엇을 적을까 생각이 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십니까? 자기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 대략적으로 어떤지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장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대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십시오. 장점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루기를 논하기에 앞서 웃픈 이야기를 할까 한다. 중요한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습관에 대해 많은 환자분,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언젠가는 꼭 글로 그때 오고 간 이야기를 정리하고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 글 자체가 수많은 미루기와 미루기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실은, 여태껏 썼던 모든 글이 마찬가지였다. 글뿐 아니라 어쩌면, 살아가며 이룬 작은 성취들 모두가 끊임없는 미루기와의 줄다리기였음을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고백한다. 수동 공격적 성격(Passive a
[정신의학신문 : 건대하늘 정신과 최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19년 3월 20일 발표된 ‘2019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156개국 중 54번째로 행복한 나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행복한 국가는 핀란드였고,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가 뒤를 이었습니다.2012년부터 매년 발표해온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대체로 50위권이었습니다. 2018년 한국 GDP 순위는 12위로, 경제적 위치와 행복의 순위는 다소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나라가 13년 동안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생 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가난하고 어린 마음에 하루 경비를 지나치게 낮춰 잡았었다. 두 끼 밥값이 어려운 돈으로 배도 타고 미술관도 보다 보니 당연히 돈이 모자랐다. 여행 시작 3주가량 즈음부터 경비가 떨어져 밥 먹을 돈이 없었다. 2 유로짜리 가방만한 식빵을 사고 배고플 때마다 조금씩 뜯어 누텔라 초코잼을 발라먹으며 로마 시내를 돌아다녔다.그렇게 버티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다행히도 당시 묵던 한인 민박에서 자율배식 저녁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빵 몇 조각으로 견디며
[정신의학신문 : 이일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전에 KBS ⌜대화의 희열 – 아이유 편⌟에서 다니엘 린데만이 패널로 나와 자신의 인생곡으로 마이클 잭슨의 ⌜맨 인 더 미러⌟를 뽑았었습니다. 다니엘 린데만은 ⌜맨 인 더 미러⌟라는 곡 가사에 인생의 모든 진리가 다 담겨 있다며 추천을 하더라고요.그런데 짧게 흘러간 그 가사에서 저도 다니엘 린데만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가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예술이라는 것이 각자에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회적 위계에 의한 가혹행위, 갑질에 대한 기사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그 정도가 과함을 넘어 엽기적인 수준의 일들도 많다. 뉴스에 나올 정도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사회에서 만나 일상적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분명 혼자 살 수는 없는데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니 제명에 못 죽을 것 같다.납득하기 힘든 의사결정을 견디고 인신공격과 경계가 모호한 질책을 참아내다 보면 사람이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때도 있다. 자기 가족에게라면 똑같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철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뚫고 달립니다. 당장 뛰어내리고픈 충동과 가슴의 답답함을 애써 누른 채 나는 어제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지친 몸을 차가운 금속 벽에 기댑니다. 가슴이 언제 마지막으로 뛰었는지 모르겠어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삶을 사랑하기도 했었고요. 예전의 나는 눈을 반짝이며 슈퍼맨 같은 아버지의 등 너머를 궁금해했었죠. 반에서 가장 힘센 아이의 무지막지한 주먹도 선생님의 회초리조차도 내 발걸음을 막지 못했죠.하지만 지금 나는 달리는 네모난 상자 안에 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기가 막힌 명언이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는 깨닫는다. 항상 비슷한 것을 욕망했었고, 반복되는 같은 이유들로 아파했다는 것을.새로운 연인에게 우리는 마치 다시 태어난 사람이 된 듯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이전에 만났던 상대와 싸울 때처럼 다투고 이전 이별을 반복하듯 비슷한 모습으로 헤어진다. 선배의 비위를 잘 맞추지 못하던 학생은 취직해서도 상사를 모시는 데 애를 먹고, 후배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치보다 현실이 앞서는 시대다. 소설가 김영하는 현실이 힘겨운 작가 지망생이 어떻게 하면 소설가가 될 수 있냐고 물으면 ‘작가 하지 말라.’는 답변을 한다고 했다. 본인이 대학 다닐 땐 매년 경제 성장률이 두 자릿수 이상, 지금의 4~5배였고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은 없었으며, 무엇을 해도 나아질 것 같은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었으며,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단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학자금 대출이 있었다면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 챙김을 소개하는 모 인기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오늘을 살 때 행복해집니다.”이에 한 패널이 의문을 던졌다. 대사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기억한다.“네?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아는 거요? 오줌을 쌀 때 오줌을 싸는 줄 알죠.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는 그거는 그냥 당연한 거 아닙니까?”오늘을 산다, 오늘을 살아야 행복하다, 찬찬히 따져보면 무슨 말일까 의문이 든다. ‘지금 살고 있는 것이 오늘이지 어
[정신의학신문 : 정승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대가 되어 성인으로서의 생활을 갓 시작한 청년들은 흔히들 내적 혼란과 외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심한 경쟁 속에서 수많은 요구를 받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탓에 전반적 심리 발달이 다소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숙제가 다 해결되지 않고 성인기에 들어서다 보니, 우리의 청년들은 안팎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를 겪게 됩니다.영문으로 된 발달이론 서적의 내용과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과업인 ‘독립된 정체성
[정신의학신문 :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4.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최근 13년 동안이나 1위였습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최근 5년 동안 조금씩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7년에도 12432명이나 안타까운 선택을 했습니다.요즘 우리는 학교나 집에서, 직장에서 ‘나 너무 힘들어, 죽고 싶어.’라는 얘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그냥 위로해주면 되는 것인지,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혹시 내가 말실수를 해서 더 힘들게
[정신의학신문 :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심리학도가 실험을 준비했다. 피험자들에게 농구 장면을 보여주며 패스가 몇 번을 오고 갔는지를 세어 보라 요구한다. 장면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의기양양하게 오고 간 패스 횟수를 보고한다. 실험자가 다시 주문한다. “한 번 더 영상을 보시되, 이번에는 패스 횟수는 신경 쓰지 마세요.” 같은 영상이 다시 재생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험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농구 코트 한가운데 커다란 고릴라(분장을 한 사람)가 활개를 치고 있는데도, 이를 첫 재생 때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광
[정신의학신문 : 조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직장인들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할까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거나, 업무량이 너무 많아 야근이 잦을 경우, 혹은 집과 직장이 너무 멀어서 출퇴근하느라 지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있겠지요.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압도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데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표현을 정신의학적 용어로 치환하면 ‘성격장애(인격장애)가 의심되는 상사’라고 할 수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