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퇴근할 수 있는 권리? 오랜만에 야근이 없는 날, 김대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근 몇 달만에 정시 퇴근했다. 한창 열중하던 프로젝트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막을 내렸다. 여유롭게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사고, 여자친구와의 약속장소로 발걸음도 가볍게 향하던 중 들리는 불길한 소리. ‘카톡, 카톡, 카톡, 카톡…’ 퇴근 후 채 몇 십분이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의 메신저 알림음이 연달아 울리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부서의 단체방에서 올라오는 메시지였다. “O과장은 업무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를 방문하면 많은 경우 커피(카페인)를 줄이거나 끊도록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카페인의 어떤 효과 때문에 그럴까요? 카페인의 작용과 효과카페인은 빠르게 흡수되어 30분에서 2시간 사이에 최고 혈중 농도를 이루고, 3-4시간 정도가 지나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뇌 속으로 매우 잘 들어가는 물질이며, 뇌에서는 아데노신 수용체라는 곳에 작용해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말 그대로 뇌의 여러 부분을 자극하는 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덕분에 흔히 알고
[정신의학신문 : 이성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지씨는 화가 나면 욕설과 비난, 폭력적 행동을 퍼붓는다. 항상 외로운 마음을 느끼는 수지씨는 남자친구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쓴다. 바쁜 회사일로 연락을 제때 하지 못하는 남자친구를 보고 ‘남자친구는 내가 안중에도 없고 이기적이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떻게 내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그럴 수 있냐. 남보다 못하다’라는 생각을 하며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참을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오를 때면 ‘헤어지자. 난 도저히 힘들어서 너랑은 끝내야 겠다’라는 말을 하며 앞에 있던 병을 남자친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 세계는 지금 암호 화폐 열풍 ‘비트코인이 2000만원을 돌파했다더라’‘친구의 아는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투자를 해서 몇 억 벌었다더라’‘전 세계에 떠돌아다니는 돈이, 다 여기에 몰린다더라’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최근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이 생소한 단어가 어마어마한 금액들과 연결되고, 투자자들의 투자 성공 후기가(혹은 인생역전 후기) ‘카더라 통신’과 만나게 되면서, 비트코인은 일종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암호 화폐의 등
[정신의학신문 : 김성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 중 예상치 못했던 일 중에 하나는 생각보다 응급실에 많이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밤 12시에도, 새벽 2시에도 응급의학과 선생님으로부터 콜이 옵니다."약을 한꺼번에 먹었어요." "손목을 그어서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정신과 의사가 된 이상 내가 보았던 환자의 '죽음 또는 자살'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내가 열심히 보았던 환자의 죽음은 의사에게도 하나의 '트라우마'로
[정신의학신문 : 온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느 날 병동으로 전화가 걸려온 일이 있었다. 늦은 밤도 아닌, 한낮에 전화를 걸었던 그 여성은 얼마전 병동에 입원해있다가 퇴원했던 30대 환자였다. 그 환자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료되어 퇴원을 했었고, 병동으로 환자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기에 그날도 대수로울 것은 없었다. 그 분은 수화기 너머로 ‘선생님은 잘 지내고 계신지’를 뜬금없이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지만 특별히 심각한 내용은 없었고, 다만 주변의 바람 소리가 매우
[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벤조디아제핀을 주성분으로 하는 지금의 수면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해요. 첫째, 꿈을 없애요. 둘째, 중독성이 강해요. 셋째,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소설 ‘잠’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잠! 불면에 대해 공부하고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팬으로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과학과 상상의 조화는 언제나 즐겁지요. 그런데 이번에 책을 읽던 중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이 치매를 유발한다’는 내용이 반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파블로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들 중 한 명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일지라도 그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자화상 등은 눈에 익숙할 것이다. 고흐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친숙한 소재, 따뜻한 색채, 두터운 터치에서 묻어나오는 온화한 느낌 때문이다. 빈센트는 평온해 보이는 그의 대표작들과는 대조적으로 굴곡진 삶을 살다 37살의 나이에 요
[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은 천여 명의 이재민과 수백억의 피해액을 기록하고 있고, 추가적인 재난 가능성마저 예견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적절한 초기 대응만큼은, 세월호 사건 당시 정부의 대응과 비교되며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큰 재난은 인간에게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정도의 손실을 준다. 이 각기 다른 손실들은 그 특성이 모두 다른데, 그 중 정신적 손실을 일컫는 ‘트라우마’의 특성은, 오랜 기간 손상이 지속될 뿐 아니라, 심지어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헤밍웨이의 자살에 대한 정신의학적 접근을 다루는 두 번째 글입니다.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자살 심리부검 #1 양극성장애헤밍웨이는 종종 현재 진단기준으로 볼 때(DSM-5) 우울증을 만족할만한 증상을 보여왔고, 스스로도 우울감에 대해 잘 묘사했습니다.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 공허함, 리비도의 감소, 죽음에 대한 생각과 자살 등이 그것입니다.비정상적인 기분은 우울한 쪽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그의 기분변화는 그 폭이 매우 크고 변화속도가 빨랐는데, 조증상태일 때는 고양된 기분과 넘치는 에너
[정신의학신문 : 이정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솔직히,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만약 내 가족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싶다고 한다면, 권유를 하시겠어요? 아니면 만류를 하시겠어요?정신과 진료를 받고 계신 분이라면, 스스로 진료를 받고 있다는 그 자체 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고 계시진 않나요?치료의 과정이 낙인이라는 또다른 고통이 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당신은 정신과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쟤 정신과 다닌대. 어디 이상한 거 아니야?""좀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통해 북한 병사가 귀순했다. 귀순 과정에서 팔꿈치와 어깨, 복부 등 다섯 군데의 총상을 입었다. 의식이 없던 이 병사는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이송되었다. 판문점에서 수원까지, 서울을 가로지르면서까지 아주대학교 병원으로 간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곳에 이국종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렸다. 이 일을 계기로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만들어졌으며, 곧이어 권역외상센터가 전국에 설립되었다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 - 인물 - 문학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07.21 - 1961.07.02)미국 출생의 작가 "나는 처음으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로 자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으로 알려진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입니다. 비극적인 내용을 냉혹할 정도로 간결한 문체로 써 내려가는 그의 문학은 하드보일드 문학을 대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존경 받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남을 배려하며 겸손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외적으로는 놀라운 언변과 치명적인 매력을 보이나 이면에는 남을 속이거나 조종하고 주변 사람을 착취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타인에 대한 냉담함, 공감 능력 부족, 자기 행동에 책임감의 부재, 병적인 거짓말의 습관을 보인다. 흔히 우리는 이들을 사이코패스(psychopath)라고 부른다.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는 영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커트 도널드 코베인(Kurt Donald Cobain, 1967. 02.20 - 1994.04.05) 미국/작곡가, 가수, 기타리스트 그런지/얼터너티브 록 너바나/멜빈스 90년대 록음악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도 "너바나(Nirvana)"는 들어보았을 정도로 너바나는 매우 성공적인 록 그룹입니다. 이 그룹을 만들고 성공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 바로 커트 코베인입니다.너바나의 성공과 그 문화적인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 커트 코베인(이하 커트)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그의 행동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라스베가스는 미국 네바다주의 남동부 사막에 위치한 도시다. 이 도시는 19세기 말까지는 소규모의 광업과 축산업을 하는 마을이었다. 그러나 한적한 도시였던 라스베가스는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후버댐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도박장이 생기면서 유흥과 환락의 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현재 라스베가스는 호화스런 호텔과 유명 쉐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화려한 쇼, 그랜드 캐니언 등의 광활한 자연 등으로 전 세계의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사막 위에 마법처럼 세워진
[정신의학신문 : 신동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예술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이들은 예술가들을 천재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술가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이 문제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고 다루기 껄끄러운 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정신의학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알아보자. 고대 역사에서 예술가가 본격적으로 문헌에 등장한 것은 그리스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플리니우스(Plinius)의 박물지(Natural History)에는 자연을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모방하는 예술가를 칭송하는 일화가 많이
『정신병리학 특강』은 故 양병환 교수(한양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1945-2017)를 비롯한 ‘정신병리문헌연구회’가 저자로 참여하였다. ‘정신병리문헌연구회’는 정신의학자와 철학자로 구성된 정신병리학 연구모임이다. 본서는 故 양병환 교수가 저술한 『정신병리학 총론, 중앙문화사, 2010)』의 개정판으로서, 우여곡절 끝에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다. 본서는 정신병리학의 정의, 역사, 및 쟁점 등과 같이 기본적이지만 난해한 주제의 10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논의와 성찰을 제공하여 준다. 즉, 카를 야스퍼스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은 1981년부터 1989년까지 재임하였다. 그는 임기 중 경제회복을 위해 세출의 삭감, 소득세의 대폭감세,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 등의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다. 레이건 행정부 임기 말 미국은 경기침체가 없는 최장 기간의 호황을 기록했다. 후대에 그의 경기 활성화 정책은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불리며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
[정신의학신문 : 권용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전 글(빈센트 반 고흐 - 그는 왜 귀를 잘라야 했는가?)에서는 고흐의 증상이 어떻게 보여졌는가를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그 모습을 정신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 고흐의 진단명은? 고흐의 진단은 20세기 의사들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30여개의 다양한 진단명이 제시되었습니다.여기에는 납중독부터 메니에르병, 다양한 정신병적 질환까지 언급되었습니다. 그 중 뇌전증(epilepsy, 간질)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정신과적 질환을 별개로 보는 시각도 많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