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일들을 경험하고 많은 일들을 기억하지만 또 그만큼 많은 일들을 잊습니다.저는 어릴적 기억들 중 몇몇은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특히 그 때의 기분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어머니가 이불 커버를 빨고 말려서 다시 이불 속을 넣을 때 그 이불 커버 속에서 굴러다니며 깔깔대며 웃던 기억, 놀이터에서 놀다가 미끄럼틀에서 떨어지면서 팔을 다쳐 병원에 갔던 기억, 그리고 감정들.그렇게 오래가는 기억들은 강렬한 감정과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만물의 영장?보통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이야기합니다.하지만, 영유아기 때에는 물심양면 도움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부모나 성인들의 도움이 없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독립과 의존’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한 달 중 2주를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적이 있습니다.‘외국에 다녀와서 좋았겠다’는 말도 참 많이 들었지만, 막상 다녀와서는 근무하고 있는 센터에서, 병원에서 밀린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하지만,
[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청소년기가 격동의 시기이고 부모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다 힘든 시기잖아요? 그런데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기도 하다면서요?A. 워낙 이 시기가 힘든 시기이다 보니 그냥 다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인데요. 청소년기 가장 심각한 병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10~20대의 가장 많은 사망 이유가 자살이고요, 그 자살에 심각하게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우울증이지요. Q. 생각보다 심각하네요. 그런데 우울증이
[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 아이는 TV 광고를 무척 좋아해요. 두 돌이 지났는데도 말하기가 늦어서 혹 자폐증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물어오는 엄마들이 있습니다.아이들이 말이 늦은 이유는 무엇이고, 이때 부모가 말을 잘할 수 있게 돕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말을 배울 준비를 하고 태어납니다. 아기 때 하는 옹알이는 말하기 연습으로, 말하기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생후 6,7개월이 지나면 ‘마마’, ‘다다’ 하고 음절을 흉내 내면서 본격적으로
[정신의학신문 :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미디어팀] 최근 체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작용을 해서 면역력까지 향상시켜준다며 인기를 끌었던 음이온 라돈 침대가 방사능 때문에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유사과학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작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라는 인터넷 카페의 극단적인 자연주의 육아 방식이 논란도 같은 맥락인데 "필수 예방접종도 맞히지 말라", "화상에 온찜질을 하라”, "배탈·설사 등엔 숯가루를 먹이면 된다" 등 근거 없는 치료법
[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세 여아가 손가락을 계속해서 빨아서 손에 진물이 나요.""4세 남아가 입을 계속 앙 다물고 있어요. 그래서 입에 상처가 나요.""아이가 틱장애아닌가요? 아이가 자폐아 아닌가요?"종종 물어오곤 하는 내용입니다. 머리흔들기, 손톱물기, 손가락빨기, 코만지기, 몸 때리기 등의 반복행동/상동행동이 자주 나타납니다.다양한 양상의 반복행동이 발달초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양성 질환으로 경과 관찰 해 볼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장애가 심할 시에는 조치 / 평가가 필요합니다. &dia
[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딸에게 밝히지 못한 비밀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병원 가기를 좋아하는 아이 혹은 부모들은 얼마 안 될 것 같습니다.아기수첩에 아무리 써두어도 복잡하게만 보이는 예방접종들, 처음 편지를 받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던 영유아 건강검진, 고열, 배탈, 감기 등의 각종 질환들까지. 병원 방문은 상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그래도 가장 가기 싫은 건 아무래도 당사자인 아이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제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산부인과, 조리원에서 나와 처음으로 예방접종하던 날이
[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기들이 떼를 쓰는 이유는?돌이 되기 전의 아기들은 배가 고프거나, 몸이 아프거나, 기저귀가 젖거나 하면 울거나 보채면서 자신의 불편함을 드러냅니다.자라면서 말을 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게 되면 울면서 떼쓰는 행동은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아이가 자라서 1-3살(걸음마기)이 되면 걸을 수 있게 되면서 주변 세상을 탐색하게 되고, 말하기도 시작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게 됩니다.하지만 막상 하고 싶은 일이 금지당하거나,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하
[정신의학신문 :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호는 다섯 살 때부터 방문 학습지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생님과의 수업을 좋아하고, 학습지 내용을 따라 스티커도 붙이고 색연필로 정성스레 글자를 따라 쓰곤 하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자 한글 수업을 싫어하기 시작했고, 어머니가 간판을 보면서 저거 ‘나비’에 나온 ‘나’라고 가리켜도 별로 신기해하지 않았다. 학습이 너무 이른 것 같아서 학습지를 중지하고, 아이한테 책만 읽어주고 억지로 하는 한글 학습은 시키지 않았다. 세호는 책을 읽어주면 좋아하고, 잘 이해하고, 자러
[정신의학신문 : 의정부 성모사랑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유길상 전문의]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정은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희노애락의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인식하는 존재는 부모님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마주치는 인물은 형제, 자매일 것입니다. 처음 동생을 보았을 때 혹은 형, 오빠, 누나,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를 기억하나요? 2017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는
[정신의학신문 : 최정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도통 아이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자기 속마음 얘기를 잘 안 하고, 민감한 얘기를 꺼내면 싸우게 돼요."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엄마는 자기 배로 낳은 아이인데 전혀 속을 알 수 없다며 답답하다 못해 화병이 걸리고, 부모역할을 잘못했나 자책도 하며 가슴앓이를 하는데, 막상 진료실에 들어온 아이의 표정은 무심한 경우가 많다. "엄마요? 얘기해봤자에요. 맨날 자기 얘기만 하고, 내 얘긴 하나도 안 들어줘요."아이가 보기에는 엄마가 문제라는 것이다. 여러 번의 대화 시도(어린
[정신의학신문 : 조성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첫 이유식의 기억 – 육아 고민의 첫발딸아이가 100일이 되어 처음 이유식을 먹이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엄마는 그날을 굉장히 설레며 준비하였고, 그 첫 순간을 아빠와 함께한다며 디데이를 잡았습니다. 딸아이가 모유, 분유가 아닌 음식을 처음으로 먹는 모습은 아빠, 엄마에게 기대한 만큼의 미소를 안겨주었습니다.지금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 상자 속에 잘 정리해두었지만, 사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 일을 설렘으로만 준비했던 것은 아닙니다. 첫 이유식은 무슨 쌀로 할지
[정신의학신문 :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전 글에서 아이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글을 일찍 가르쳐도 문제가 없으며, 늦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일찍 가르치면 좋다고 하였다. 늦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말이 늦게 터진 경우, 발음이 나빠서 늦게까지 애기 같은 발음이 남아있는 경우, 주의가 산만한 경우, 한글이 늦었던 가족력이 있는 경우이다. 또, 음소 인식 능력이라고 해서 말소리는 가장 작은 단위인 자음, 모음으로 분리해서 듣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음소 인식 능력이 부족하면 말이 늦게 터지거나 발음이 정확하지 못
[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제 막내아이의 행동에 대한 고민이 있어 문의를 드립니다.원래 늦둥이 막내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탓에, 아이가 떼를 자주 쓰는 경향은 좀 있었어요. 그래도 막내니까, 귀여워서 오냐오냐하고 넘어갔었습니다.올해 4살이 되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마트를 지나가다 자신이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금세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큰 소리로 울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소리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한두 번은 주의를 주고 달래도 봤는데, 요즘엔 자꾸 더 그러는 것 같아서 저도
[정신의학신문 :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취학 전 아동 한글교육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충격적인 현실 몇 가지 지적하고 시작하려 한다. 매년 다양한 매체의 기자들로부터 너무 일찍 문자 교육을 시키면 생기는 나쁜 영향에 대해 말해달라는 전화를 받는다. 필자는 문자 교육을 비롯해 모든 교육은 강압적이지만 않으면 특별히 나쁠 이유는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기자는 답답해하면서 아직도 뇌가 유연한데 문자가 들어가면 창의성이 파괴되거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일찍 잃어버리거나 하는 현상이 있지 않느냐고 한다. 그런 현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정신의학신문 : 이윤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과연 이 세상은 우리가 살아갈 만한 곳일까? 우리에게 세상은 어떤 곳인지 잠시 생각에 잠겨 보자.인간은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평생 동안 사랑을 필요로 한다. 이 사랑이란 나와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인데, 모든 인간이 생애 처음 상호 작용하게 되는 타인은 바로 ‘엄마’이다.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맞이하는 관계, 그로부터 시작되는 인생의 출발. 인생 초기에 엄마로부터 따뜻하고 사려 깊은 돌봄을 받을 수 있었는지 여부가 개인의 정서적 안정과 평생의 대인관
[정신의학신문 :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이라 하면 1863년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라 불리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는 민주주의에 관한 연설을 우선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후로 많은 명연설이 있었으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로 행해진 17분짜리 연설은 무명의 정치가 오바마를 전국적 스타로 만들어 결국 대통령이 되게 해준 전환점이 된 명연설이다. 이 연설의 후반부가 무엇보다 압권이다.“우리 중 몇 명만이 잘 사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압니다. 훌륭한 개인
[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교육은 유아기에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언제부터 성교육을 해야 하나요? 사춘기가 시작된 후에 성교육을 하면 늦다고 하던데...” 성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쑥스럽게 그런 소리를 어떻게 해요. 어렸을 때 나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성과 관련한 대화를 아이들과 해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부모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어린 시절 성교육에 대해 듣지 못하고 자란 부모들이 자녀와 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무척 어색하고 곤란한 일이라 뭐라고
[정신의학신문 : 정재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세호는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받침 없는 글자는 대체로 읽을 수 있지만 받침이 있는 글자나 전에 본 적이 없는 글자를 읽을 수 없다. 세호는 수업 시간에 하는 과제를 할 수도 없으며 시험문제를 혼자 풀 수 없어 선생님이 읽어주어야 한다. 선생님이 읽어주기만 하면 점수가 좋은 편이고 수업을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다. 희한하게도 받아쓰기는 전날 어머니와 20-30분 같이 연습하면 1-2개밖에 틀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사는 집에서 안 시켜서 한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