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 속성, 두 번째로는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분해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도 아물게 되고, 슬픈 기억들도 옅어지며, 노력이나 연습의 성과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유독 잘 지워지지 않는 것이 바로 분노, 즉 화에 대한 것이다. 마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것처럼 눈 앞에만 보이지 않을 뿐, 영원히 마음 한 켠에 자리 잡는 것 같다.때로는 화를 전달하다 보면 내 감정까지 얹어서 더 많이 화를 내기도 하고, 서로 화를 내다
중년에게 마음의 위기는 공허감, 몸의 위기는 신체증상이다. 공허감은 감정 상태이므로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신체증상은 내 몸의 감각으로 느끼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보려고 한다.(물론, 이 시기에 실제로 몸이 아픈 경우도 흔하다. 허나, 그런 경우라도 중년에게는 원래보다 더 아프고 힘들 수 있다.)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실제로는 그 정도의 심한 소견을 보이지 않고 때로는 아무 이상 없는 경우도 꽤 있다. 이때부터 가족들은 당사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때로는 낙인까지 찍어버리기도 한다. 가족들은 마음이
분노, 즉 화에 대해 이론적인 것이 아닌 실제 생활에서의 속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속성을 파악한다고 화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실생활에서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화의 속성 3가지 정도를 3회에 걸쳐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먼저, 화는 어떤 식으로 이동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마음속에 화가 많은 사람들은 대개 그 화를 비우려고 쏟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희생양은 다름 아닌 화가 적은 사람들이 될 수 있다. 마치 포식자-먹이 관계처럼,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일
[정신의학신문 : 박정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네? 왜요? ㅇㅇ씨는 건강한 데다, 돈도 많고 번듯한 직장도 있는데, 게다가 토끼 같은 자식에 여우 같은 마누라까지... 다 갖춘 거 같은데 뭐가 부족해서 그런 말을 해요?"언뜻 보면 괜히 우는 소리 같고, 때로는 자신을 은근히 자랑하는 듯 얄미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저런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바로 내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한 공허감의 위력이 아닐까 한다.실제로 생업 전선에서 치열하게 살며(이때는 이게 존재의 의미일 수도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황에 처한 이들은 '우울하다?
중년의 위기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다 큰 어른이, 그것도 세상 살만큼 살아온 분이 뒤늦게 갑자기 방황을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다.직장 내에서는 주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 샌드위치처럼 양쪽에서 눌리기도 하고, 때론 승진이 안 되어 후배보다 더 뒤처지기도 한다. 가정 내에서는 자녀와 거의 말이 통하지 않거나 갈등이 생기게 되며, 일만 하느라 뚜렷한 취미도 배우지 못해 다른 친목 모임에도 끼어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서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건망증이 심해졌다거나 간단한 것도 기억하기 어려워서 깜박깜박한다면서 이러다 치매 오는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게다가, 듣기만 해도 치매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디지털 치매'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실제로 예전보다는 확실히 외우는 것을 좀 더 어려워하고 단기기억력 저하 등도 흔히 본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심각한 기억장애 및 치매 등을 걱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기억을 등록, 저장, 회상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개
현대인들은 불안하다. 그것도 한두 가지 이유가 아닌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하다. 그래서, 불안은 서로 서로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엔 "불안한 것 때문에 불안해요~"라는 이상하면서도 왠지 이해가 되는 얘기도 듣는다. 사실 불안이라는 것은 참으로 그 형태가 다양하고 그와 관련된 질환들도 많아서 그에 대해 할 말도 많지만, 일단은 이런 식의 가벼운 말장난으로부터 그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불안을 불에 비유한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긴 해도, 그 느낌이나 속성상 오늘 내용에서처럼 비슷한 점은 분명히 있다
두려움(공포)은 현실에서의 확실한 위협대상이 내 눈 앞에 있다. 물론 시각 뿐만 아니라 소리, 촉감, 맛, 냄새 등으로도 존재한다. 그래서, 그 대상이 있을 때에는 두려움을 느껴도 그 대상이 사라지면 두려움 또한 사라지는데, 그 대신 경험했던 강렬한 두려움 때문에 ‘또 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그 곳에 자리잡게 된다. 불안이 주는 생각은 현실적으로 혹은 통계학적으로 볼 때,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그런 생각에 빠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아주 힘들게 한다. 사실, 불안이란 보이지 않는 위험 상황에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는 인간
[정신의학신문 : 려원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