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 독이 되는 관계가 우리의 인생을 지배하는 과정3) 독이 되는 관계에는 반드시 공범이 있다 (3) 만일 여러분이 가족, 회사, 학교 등 어떤 집단 내에서 따돌림이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당신의 움직임이나 주장을 막는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을 독성관계의 협력자로 생각해도 좋습니다. ➀ 공동체적 가치에 대해서 강조하기가족 구성원은 가족의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가족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도구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업무 능력이 뛰어난 한 신입사원은 맡은 업무 외에 다른 잔일을 하지 않았으며, 퇴근할 시간이 되면 다른 직원들이 짐을 챙기기도 전에 제일 먼저 일어나 퇴근했다. 상사의 잔소리나 지적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기보다 자신의 입장과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업무 능력이 좋았던 신입사원은 상사의 잔소리가 갑질로 느껴졌다. 지속해서 갈등을 겪던 상사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신입사원은 그 자리에서 퇴사를 결정하고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신입사원의 퇴사 사연입니다. 이에 대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한 어린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의 학용품을 몰래 가져다가 어머니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디서 난 물건이냐고, 왜 이런 걸 가져왔느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훔쳐 온 거 아니냐고 캐묻거나 나무라지도 않았죠. 오히려 아이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다음에는 아이가 다른 사람의 겉옷을 훔쳐다가 어머니에게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이번에도 출처를 묻거나 혼을 내지 않았습니다. 쓸모 있는 좋은 옷을 가져왔다며 칭찬해 주었습니다. 아들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남의 것을 가져다 어머니께
정신의학신문 | 이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는 일본의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가 한 말입니다. 물건을 겹겹이 쌓아 놓지 말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자는 정리법인데, 그녀의 정리정돈 과정을 보면 다소 특이합니다. 집과 주변 사물들에 그간 자신을 잘 돌봐주어서 고맙다고 기도를 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정리 정돈하는 일을 흡사 명상하는 것처럼 주변의 사물을 진중하게 또는 성스럽게까지 여기는 그녀의 태도 때문에 그녀의 정리법은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탈감 사례 2-B: 내 노력을 왜 알아주지 않는데?경수는 원했던 대학을 졸업할 무렵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하였다. 이 대학에 수시 합격을 했을 때만 해도 이제야 원했던 삶이 열리고 세상이 내 편인 줄 알았는데……. 경수는 지방 소도시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쳤다. 머리도 좋고 성실해서 중고교 시절 내내 전교권 등수를 놓치지 않았고, 인강 외에 학원이나 개인과외 같은 사교육 없이도 학교 공부를 잘하는 소위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이었다.경수는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한 사람들은 먼 나라의 다른 인종의 사람들을 보면서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떠올라 안쓰러워 돕고 싶어집니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결혼을 앞둔 사람들은 낯설고 복잡한 과정에 대해 공통된 경험이 있습니다. 나이가 달라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면 통하는 것이 생깁니다. 젊은 사장님과 노련한 경영자는 “재정 관리와 인재 관리 중에 뭐가 더 어려운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답을 말하더라도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변을 살펴보면 유독 ‘거절’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언가 부탁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낸 뒤 상대방의 답장이 두려워 곧바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선물을 주고 나서 상대방이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지 수차례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거절이나 거부를 당하는 상황에 처하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낍니다.이를 ‘거절 민감성(rejection sensitive dysphoria)’이라고 부릅니다.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실제로 거부를 당하거나, 거부를 당했다고 느낄 때,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어릴 적에, 어른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 어른들 세상은 아주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투성이였어요. 어른이 된 후로 감정은 점점 더 메말라 가고,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완고한 나름의 틀이 생긴 것인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새 친구를 사귀는 일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별일 아닌 일에도 소심해지고, 사소한
정신의학신문 | 권순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삶의 모든 희망과 의욕을 잃어버린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전 남자 친구가 떠넘긴 빚에 쫓기고 있지만 단지 그것만이 그녀를 지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지쳐버린 대상은 좀 더 본질적인 것, 즉 ‘세상 모든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독백처럼 여자에게는 모든 관계와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다.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그저 조용히 웃음 지으며 있는 듯 없는 듯 무력하게 살아간다. 지독한 우울을 가슴에 품고서 말이다.드라마
2022년 5월 28일. 감각에 대하여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절대적 감각의 70~80퍼센트는 시각이라고 한다. 그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인데, 28일(토)의 기억도, 어쩌면 수많은 기억들이 사진처럼 시각적 정보들로 조각조각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위 사진에서 처럼 이색적인 아름다운 꽃을 보면, 사람들은 쉽사리 호흡과 촉각, 후각이 둔해지며 시각적 감각에 사로잡힌다. 시각은 인간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시각을 잃은 인간은, 많은 도움과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신의학신문 | 우경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eople don’t quit a job, they quit a boss.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끄덕끄덕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하다. 입사와 퇴사 그 무엇도 쉬운 게 하나 없다. 입사야 자기소개서며 면접이며 준비가 복잡하겠지만, 퇴사는 그저 몸만 나오는 것뿐인데 뭐가 힘드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퇴사는 입사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괴롭다. 퇴사를 결정하기까지 이미 큰 에너지가 소모되며,
정신의학신문 | 정신건강의학과 정두영 전문의 우리는 당연한 권리를 빼앗겼다고 느끼면 화가 납니다. 오이를 잘 받아 먹던 실험실의 원숭이는 옆 우리의 원숭이에게 포도를 주는 것을 보자 화가 나서 소리를 지릅니다. 원숭이에게 다가가 다시 오이를 주면 아까는 맛있게 먹었던 오이를 집어 던지며 철창을 흔듭니다. 나도 똑같이 포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 것이죠. 옆 원숭이가 힘든 실험을 마치고 보상을 받은 것인지, 건강 상태 때문에 다른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인지 원숭이 수준에서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인간 사회에서도
정신의학신문 |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혜영 씨는 깊은 밤, 졸린 눈을 비비며 잠자리에 누웠지만 웬일인지 의식은 점점 또렷해지면서 머릿속에는 온갖 상념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술김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불평불만을 상사에게 쏟아붓던 장면이 빠르게 스쳐 갑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의 입을 꿰매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어젯밤, 선호 씨는 아내와 한바탕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요즘 들어 선호 씨는 아내와 부딪치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회사 일도 바쁘고 피곤한데, 집에 들어서면 냉기만 감돌 뿐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젠가 만원 지하철에서 한 노인과 젊은 여성이 실랑이 벌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노인이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여성은 자신이 임산부이기 때문에 서서 가기에 힘들 것 같다고 답했다. 노인은 여성이 괘씸했는지, 배도 안 나왔는데 비켜 주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며 한마디했다. 실제로 여성의 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산부의 배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의 가방에는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임산부 배지가 달려 있었다. 초기 임산부였던 것이다. 결국 상황을 지켜보
정신의학신문 | 정두영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수업과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 변화가 달갑지 않기도 합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학업과 친구 관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합니다. 직장인들은 출퇴근으로 사라지는 시간적 여유와 불편한 회식 같은 대인관계 부담을 이야기합니다. 비대면 수업이나 재택근무를 새로 익혀야할 때도 부담이 되었는데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변화는 스트레스와 관련됩니다. 심각한 질
정신의학신문 | 김인수 정신의학과 전문의 은혜 씨는 요즘 직장에서 ‘은따(은근한 따돌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잡다한 업무를 은혜 씨에게 몰아 주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팀원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가기 일쑤입니다. 팀의 리더 격인 제일 선배가 은혜 씨 커피만 사 오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니 돌아온 선배의 말은 “은혜 씨 있는 줄 몰랐네?”였지요. 더욱 속상한 점은 이 모든 게 퇴사를 통보한 뒤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이직 계획을 밝힌 날, 선배의 “배신자”라는 날카로운 말은 여전히 은혜 씨의
* 알립니다 : 21일 서울숲 방문은 개인적으로 방문한 제주도에서 귀국시 19일 발병한 공황발작으로 참석하지 못하여, 제주도에서의 사려니 숲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2022년 5월 18일. 제주, ‘사려니 숲’ 완주 이제껏 사려니 숲을 수 없이 다녔지만, ‘완주’의 개념으로 바라보지 않은 탓인지 한 쪽 출입구로 들어갔다가 적당히 숲을 즐기고, 다시 돌아 나오는 방식으로만 다녔다. 사려니 숲이 생각보다 길고, 그 길을 정복(?) 하려면 꽤 걸어야 하기에 엄두도 못 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방문에 어쩌다, 정말 어쩌다 숲의 한 방향(1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자와 당나귀와 여우가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되었습니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었지만, 의외로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팀을 이뤄 사냥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여우가 꾀를 내어 유인하고 당나귀가 사냥감을 몰아가면 사자가 덮쳐서 해결하는 방식이었죠. 매우 적절한 역할 분담이어서인지 사냥이 수월했고 많은 먹잇감을 얻었습니다. “수고 많았다. 당나귀야, 네가 잡은 짐승들을 세 몫으로 나눠 봐라.” 사자는 당나귀에게 사냥에 성공한 먹잇감들을 나눠 가질 수 있게 분배하라고 지
정신의학신문 | 심금숙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처럼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박탈감(剝奪感)은 사전적 정의로 재물이나 권리, 자격 따위가 빼앗겼다는 느낌이나 기분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소하는 박탈감은 실제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뭔가를 빼앗긴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박탈감, 즉 상대적 박탈감으로 자신은 실제로 잃은 것은 없지만 다른 대상이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거나 가지게 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최
정신의학신문 | 김재성 정신의학과 전문의 M/56, 알코올성 간 경변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지내면서 격하게 화를 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유형과 심리적인 어려움들을 매일같이 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이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고 치료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배움 덕분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진료 후에 한참 동안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던 일이 수련 기간 중에 한 번 있었다. 다른 과 병동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의 자문 진료였다.대학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 특히 신체적 상태가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