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람을 교육할 때, 치유할 때, 그 성격을 바꿀 때와 같이 뭔가를 변화하고 나아가게 하려면 살아가는 곳을 바꾸라는 이야기가 우리에겐 익숙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러 이유로 우리의 공간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공간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로 잠시 머물다 가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인'은 '인지안택야'요, '의'는 '인지정로야'라(仁은 人之安宅也요 義는 人之正路也라)." "仁은 사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이고, 義는 사람이 걸어가야 할 바른 길이다." 맹자가 공자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우울증을 앓아 온 지 꽤 되어 상담받고 약물도 복용하고 있지만 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무기력하고 이제는 눈물조차 잘 나지 않고 만사가 다 귀찮지만 직장인이고 할 일이 있기에 혼자 살면서 최소한의 할 일만을 한 채로 삽니다. 인간관계도 지쳤고 저한테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집니다. 스스로에게 상처 내 환기를 하다가 지금은 안 하지만 답답함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지난 인간관계 중 결혼까지 이야기가 오갔을 정도로 만난 인연과 끝이 난 지 1년이 넘었는데요. 그로 인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며 살고 있나요?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누구도 예외 없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가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죠.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예기치 못하게 갑작스럽거나 이른 죽음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고, 건강하게 주어진 수명을 다 누리고 이 세상과 작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삶의 질, 삶의 의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한참 높아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많은 이들이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어서 무언가를 할 때,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신경전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데, 이를 ‘사내 정치(office politics)’라고 합니다. 이번에 누구는 줄을 잘 서서 승진했고, 반대로 누구는 줄을 잘못 서서 좌천됐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심심찮게 듣습니다. 사내 정치의 핵심은 ‘권력’과 ‘영향력’입니다.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이고, 누가 누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조직에 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복잡함과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의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합니다. 이 두려움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자신감이나 진실성에 잠식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사회의 많은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이는 자신감, 진실성, 의사결정 능력에도 영향을 미쳐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FOPO(Fear of Other People's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감정 조절과 식욕 조절… 뭔가 스스로 제어하는 게 잘 안 됩니다. 이성이 감정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길 만한 일에도 저는 쉽게 수치심과 분노를 느낍니다.문제는, 느끼는 것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표현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타인이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 저도 무례하게 대응합니다. 우울해지면 그 감정에 사로잡혀서 타인에게도 다 티가 날 정도가 되어 버립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더 기분 안 좋은 티를 내고요.자극과 반응 사이에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아이를 임신한 순간부터 신체적∙정서적 상호 작용을 시작하는데요, 이러한 관계는 출생 후에도 이어져 다른 관계와는 구별되는 정서적 결속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후 아이는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지적 표상들을 발달시키게 되기 때문에 초기 형성된 애착 유형은 이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출생 후 첫 2년 동안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의 80% 이상이 발달하게 됩니다. 한 번 형성된 뇌의 회로는 추후 다른 경험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이 가장 최근에 슬픔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가요? 어떤 일 때문에 슬픔을 느끼셨나요? 혹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했거나 오랫동안 키워 온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지는 않았나요?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무척이나 비통한 심정이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많이들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랑하고 아끼는 어떤 존재와의 이별뿐만 아니라,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슬픔을 느끼곤 합니다. 또, 그저 슬픈 내용의 영화나 애절한 곡조의 음악을 들었을 뿐인데 슬픈 감정에 동화되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학부 시절, 같은 동아리 선배 중에 그런 선배가 있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밀며 나오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거나 참여하는 것도 아니면서 특정 안건이 있거나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 구석 자리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고 “그게 되겠니?” 혹은 “이런 순진한 녀석들, 너흰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라며 세상만사를 통달한 듯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선배 말이죠.당시 정말로 순진무구했던 후배들은 ‘저 선배는 정말 세상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나 보네.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후반 여자입니다. 저는 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한 성격의 저를 좋아합니다. 감정 표현도 풍부하게 잘하고, 여전히 만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성을 좋아할 때는 십대 소녀가 된 것처럼 좋아해요. 그런데 마흔 가까이 되다 보니 이게 제 성격인지 철이 없는 건지, 착한 건지, 모자란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저는 동화 같은 세상 속에 살고 싶어요. 제가 밝은 세상을 만드는 일원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대중교통 운전기사님께도 인사를 꼭 하고 명절이면 작은 과자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각지 못한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처음 만난 사람과 뜻밖의 공통된 지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세상 참 좁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같은 뜻으로 영어권에서는 “What a small world!”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 혹은 낯선 곳에서 지인을 발견하게 될 때면 넓게만 느껴졌던 세상이 생각보다 촘촘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것이죠. 그러면서 동시에 ‘어디서든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양한 이유들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분이 늘었습니다. 몇 달 동안 지속해서 불면증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는 반면, 특정 기간 동안에만 불면을 경험하여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보통 불면증(Primary Insomnia)은 적어도 1개월 이상 잠들기 힘들고, 잠을 유지하기 힘들며, 그로 인한 피로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 진단하는 질병에 해당합니다. 즉, 잠 때문에 발생하는 모든 수면장애(Sleep Disturbance)의 일종이라 볼 수 있고,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울증은 기분장애의 일종으로서 정식 명칭으로는 양극성 장애라고 합니다.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우울 증상을 모두 보이는 경우를 의미하며, 보통 비정상적인 감정의 고양 상태를 보여야 합니다. 갑자기 활력이 넘쳐 사교적이고 유능하며 의욕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서 자꾸 화를 내고 경솔하고 비상식적 행동을 보여 문제를 일으키고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이에 더불어 과대망상, 망상적 지각, 환청 등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기도 해야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기분이 한껏 들뜬 심한 조증과 기분이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20대 중반이고, 2년 전 제가 인생에서 각별하고 가장 친하다 생각되는 형과 다른 분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형은 잦은 출장으로 인해 한국에 많이 없던 분이라서 한 번 오면 더욱 각별하게 생각되곤 했습니다.그 당시 저는 과거 2년 전 연인에 대한 죄책감과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힘들어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술을 마시다 친한 형 분께서 노래를 하러 가자고 하셨고 그곳은 다름이 아닌 다른 이성 분들을 불러 주는 곳이었습니다.그때 저는 막연한 호기심과 언젠간 한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여러분은 여러분의 요구를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 표현하시나요? 동료들과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친구들과 함께 갈 여행지를 선정할 때, 배우자와 이번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등등. 여러분의 의견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환하며 요구를 표현하시나요? 아니면 마음속에 원하는 바가 따로 있지만 마지못해 다른 이들의 의견에 응하거나, 원하는 바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상대가 멋대로 한다며 뒤에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지는 않나요? 물론 모든 상황이나 관계에서 우리는 나만의 욕구를 충족하거나 관철시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1928년, 아르헨티나 출생으로, 시를 사랑하는 독서광- 194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의학부 입학- 1953년 6월 의과대학 졸업 및 의사 생활 시작 - 어릴 때부터 장난기가 많고 겁이 없던 아이, 청소년기에는 쉽게 ‘열폭’ 하고, 사고뭉치라는 평을 들음, 대학 재학 시절, ‘활달하고 무분별하고 사회성 좋은 놈’이라는 평판이 자자함- 1950~1952, 대학교 재학 중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세계 각국을 여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현재 26세인 여성입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온 상태예요. 사실상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부터 성인으로서 알아서 할 일을 찾고, 자기 앞가림하고 하는 게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기잖아요. 그럼에도 상담이나 누군가에게 부모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눈물부터 납니다. 계속 고민했을 때 그 이유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가 불안하고 두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당연히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슬프고 울적하겠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상대적으로 과하게 두려워하고 있다는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 중 하나인데요, 소중한 대상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슬픔, 무감각, 죄책감,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납니다. 복잡한 감정으로 인해 고통이 오래 지속되고 삶에 적응력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오늘은 이러한 복잡한 슬픔(Complicated Grief)에 대해 나눠보도록 합니다. ∞ 자연스럽고 적응적인 애도의 반응친밀한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 사랑하는 대상의 죽음은 압도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처음 만난 이성과 소개팅하는 자리에서, 오랜만에 모이는 동창들 모임에서, 혹은 한집에 살며 매일 얼굴을 보는 가족들과의 식사 시간에 혹시 침묵이 흐르는 어색한 순간을 견디는 게 힘들게 느껴진 적, 있으신가요? 살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그런데 특별히 가깝고 편안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있지만, 가끔 마주치는 이웃이나 직장 거래처 사람, 취미나 동호회 모임 등등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서로 대면하거나 함께 어울리게 되는 경우
정신의학신문 | 최강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현재 저 개인만 생각하면, 직업적으로도 인정받고 있고 취미를 찾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달리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온전히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가족 때문에 온전히 행복하지 못한 제 스스로가 불쌍합니다. 제 부모님은 ‘자식 바라기’입니다. 본인들을 위해서는 한 푼 쓰는 것도 아까워하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돈을 절대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금전적 지원’에 멈춰 있습니다. 그들은 자식에게 감정적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