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에 가 보면, 정작 올 사람들은 안 오고 그들에게 상처 받은 사람들만 가득하더라.”라는 말이 인터넷에 떠돌아 크게 공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진료실을 찾는 많은 환자분들이 누군가에게 상처 받고 괴로워합니다. 대부분 상처는 무례한 이들의 ‘막말’에서 비롯합니다. 조롱하고 비하하는 말들. 함부로 재단하고 무시하는 말들. 인신공격과 거짓말들. 비아냥거리고 공격하는 말들. 그 말들에 괴로워하며 우울에, 불안에 깊이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정확히 인터넷에 떠도는 그 이야기를 꺼내십니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다 부질없는 것 같아요. 왜 살아야 하는지 의미를 모르겠어요."많은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삶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한다. 자살하면 안 된다는 만류 앞에서 그들은 오히려 왜 살아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그렇지만 삶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반박함으로써 그들을 설득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삶의 의미를 누가 감히 정의 내릴 수 있겠는가. 모두에게 자신 있게 '내 삶의 의미는 ~입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그냥 살아갈 뿐이다. 그렇기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초등학교 시절 만들기 실습을 할 때면 종종 플라스틱 눈알이 있었다. 남는 눈알들은 천덕꾸러기들의 장난감이 되곤 했다. 뭐가 그리 재미났던지 사방팔방에 눈알을 붙이며 깔깔댔다. 전봇대에도, 필통에도, 칠판에도, 친구의 등에도, 눈알 두개만 붙이면 마치 그 물체가 인격을 가지고 살아나는 것 같았다.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어떤 화백은 벽화로 용을 그렸는데, 마지막에 눈알을 찍으니 용이 하늘로 솟구쳤다고 한다. 그 당시 가지고 놀던 플라스틱 눈알들도 어쩌면 만물에 화룡점정을 찍어 주는 마법의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습관전도요법은 단지 피부뜯기 장애에만 적용되는 치료법은 아닙니다. 무의식적인 행동의 습관, 패턴을 교정하고자 하는 목표는 대부분의 정신과적 질환에서 적용이 될 수 있습니다.습관전도요법은 ① 인식 훈련, ② 자극 조절, ③ 경쟁반응 훈련의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여기서는 각각의 단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1. 인식훈련습관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첫번째 과제는 습관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습관은 무의식적입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타납니다. 피부를 뜯는 행위를 시작하는 것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손톱 거스름을 뜯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손톱 옆 표피 껍질이 살짝 뜯겨져 있으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긴 합니다. 자꾸만 만지작거리고 뜯어내고 싶어지죠. 손톱깎이로 깔끔하게 잘라내면 좋겠지만, 결국 손으로 조금씩 조금씩 뜯어내게 됩니다. 쭈욱 밑에까지 찢어져 피가 나기도 합니다. 뜯기기는 했는데 옆에 다른 거스름이 남아서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결국 어느새 보면 하루 종일 거기를 만지작거리고 있곤 합니다.사실 누구나 흔히 겪는 경험입니다. 당연히 별 문제가 되지도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박 증상은 흔히 놀림거리가 되곤 합니다. 무언가를 과도하게 반복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디테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이 우스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영화에서 웃음 포인트가 되는 흔한 모습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하지만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강박장애는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습니다. 강박장애 환자들의 절반 이상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박장애를 앓는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자살 사고를 경험했던 적 있고, 또 그중 절반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박증’이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결벽증’은 혹시 들어 보셨을까요? 둘 다 일상생활에서 매우 흔하게 쓰이는 단어입니다. 책상 위의 물건들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일렬로 나란히 세워야만 하는 친구, 조금이라도 비뚤어지면 얼른 다시 정렬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친구, 혹은 방바닥에 먼지 한 올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얼른 치워야만 직성이 풀리는 친구를 보며 사람들은 흔히 “야 너 그거 강박증이야, 그만 좀 해.”라며 타박하곤 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결벽증이 있다는 연예인의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어떻게 다른 걸까요? 흉기를 들고 무표정한 표정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연쇄살인마의 모습은 어쩐지 사이코패스에 좀 더 어울립니다. 그에 반해 소시오패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정장을 입고 큰 사업체에서 근무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며 아무렇지 않게 이기적이고 끔찍한 꿍꿍이를 꾸미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사이코패스는 어떠어떠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어떠하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로 이 둘은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반사회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정신과적인 질환들에는 여러 가지 이름들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등 여러 가지 이름들이 범죄자들이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성격을 묘사할 때 사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구분이 다소 모호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때때로 혼동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첫 번째로 말씀드려야 할 것은, 현재 전 세계의 정신의학계에서 공용하는 진단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감정을 조절하면서 생활해야 합니다. 공공장소에서, 직장 상사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연인 앞에서,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조절해야만 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기만 하는 사람은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동물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꾹 잘 참는 사람이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일까요? 감정을 잘 조절한다는 것은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격장애라는 말을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성격장애는 일반 대중의 약 10~20%가 가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무척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 성격장애가 무엇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실제 성격장애를 진단받으시는 환자분들조차 성격장애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다 성격 탓이라는건가요?”라며 허탈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성격장애란 무엇일까요? 그전에,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제 성격이 원래 그래요.”“그게 다 성격이야, 성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누구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울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위축되고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두려움과 불안은 생각보다 굉장히 흔합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또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느끼던 사람이라도 어느 날 갑자기 지하철에서 티셔츠를 거꾸로 뒤집어 입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요? 그 순간 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모두 내 티셔츠를 쳐다보는것 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괜히 눈치 보이고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인기피증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굉장히 흔하게 쓰이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대인-사람을 대하는 것을 기피하게 되는 증상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도 주변에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종종 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또는 직접 대인기피증을 앓아 본 적이 있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호소하고 있는 증상이기도 합니다.하지만 대인기피증은 정신의학계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닙니다. 대인기피증은 기분장애와 불안장애, 또는 다른 정신병적 장애나 인격장애, 발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무언가를 걱정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미래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준비하고, 미리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걱정을 해야만 우리는 준비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어떠한 일’을 걱정하는 것과, 불안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건’ 걱정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걱정을 ‘하는 것’과 걱정이 ‘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범불안장애는 마음속에 이미 부유불안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병입니다. 범불안장애는 ‘무슨 일이건’ 걱정합니다.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걱정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병일까요? 걱정을 얼마나 해야 정상적인 걱정인 것일까요?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시나요? 세상 오만 가지 것들이 다 걱정되고 불안해서, 결국은 너무 걱정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비정상인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 정도로 말이지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이야기하는 증상 중에는 부유불안(Free floating anxiety)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불안이 둥둥 떠다닌다는 것이지요. 이런 형태의 불안은 특정한 주제 없이 불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 발작이 생겼어요. 저는 이제 정신병자가 된 건가요?”“ 공황장애가 있어요. 저는 정상인이 아닌가 봐요.” 이제는 공황장애라는 병명이 많은 분들에게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공황을 경험하면 스스로의 정신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황장애라고 진단을 받으면, 뭔가 비정상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고 불안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을 먹고 공황은 더욱 자라납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공황장애 시리즈’와 함께 공황장애란 무엇인지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장애는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공황장애는 얼마든지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성공적으로 치료된다면 공황장애를 앓기 전과 똑같은 수준의 생활을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환자분들이 공황장애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치료가 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황장애는 재발을 반복하고 만성화될수록 치료하기 어려워집니다. 엑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식은땀이 났어요”-“숨쉬기가 힘들고, 쓰러질것 같았어요.”-“어지럽고 눈 앞이 핑 돌면서 순간 여기가 어딘지, 현실이 아닌거 같았어요.” 경험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왜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걸까요? 갑자기 숨쉬기가 불편해지는 나, 뭔가 비정상인 걸까요? TV나 SNS에서 공황장애를 흔히 다루게 되면서 이제는 공황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졌습니다. 정신과를 처음 찾으면서 ‘공황장애인 것 같아요.’‘공황 발작이 있었어요.’라며 스스로 이야기해 주시는 환자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안이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불안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는 비상 사이렌입니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긴장시키는 일종의 알람입니다. 때문에 불안은 우리의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안하지 않다면 우리는 긴장하지 않게 되고, 긴장하지 않으면 정글에서는 생존할 수 없고, 사회에서는 경쟁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불안은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스트레스가 되어 줍니다.그렇다면 불안과 공포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 공포 역시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정신의학신문 | 김총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은 아니고, ‘주요우울장애’가 맞습니다. ‘치매’는 아니고, ‘신경인지장애’가 맞습니다. ‘조울증’은 아니고, ‘양극성장애’가 맞습니다.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뭘 기준으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까요? 우울증, 치매, 조울증 등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병명입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도 자주 사용하는 병명이며, 결코 틀리거나 잘못된 병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울증이 아니고 주요우울장애라고 하는 걸까요? 그건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계에서 DSM